조작된 도시 -그냥 사이버 액션이 아니다

[리뷰] 영화같은 현실, 현실같은 영화 <조작된 도시>

영화 <조작된 도시>를 보았다. 사이버 전쟁게임에서 ‘대장’노릇하는 주인공 권유(지창욱)가 살인 혐의로 억울한 감옥생활을 하다가 탈옥해 벌이는 스펙터클한 전투를 다루었다. 그의 탈옥과 살인 누명을 벗기는 데 물불 안 가리고 돕는 자들은 사이버 전쟁게임에서 만난 멤버들이다. 저마다 게임이나 만화영화에 등장할 법한 독특한 캐릭터들이다. 이들은 시종일관 잠시도 지루하지 않게 영화의 흥미를 돋우며 대장 권유를 따라 특공대 같은 일사불란한 솜씨로 적진의 기지를 타격한다.

끌려가는 권유 흉악범 누명을 쓰고 끌려가는 권유

▲ 끌려가는 권유흉악범 누명을 쓰고 끌려가는 권유ⓒ 스틸컷

이 영화는 웅장한 도시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잔혹한 살인사건을 게임하듯 콘트롤하는 빅 브라더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각 사람의 내밀한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고 각종 강력사건을 조작도 할 수 있다. 진범은 빠져 나가고 애먼 사람들이 처벌받는다. 권유는 미끼에 걸려들었고 거미줄 같은 촘촘한 포위망을 벗어나 살인 누명을 벗고자 몸부림친다. 그는 지옥 같은 흉악범 감옥에서 탈출하지만 자신의 결백을 입증해 내기까지 각고의 투쟁을 벌여야 했다. 권유와 그의 동료들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까지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국선변호사 민천상 국선변호사이자 빅 브라더인 민천상(오정세)

▲ 국선변호사 민천상 국선변호사이자 빅 브라더인 민천상(오정세)ⓒ 스틸컷

영화 <매트릭스>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듯 <조작된 도시>도 그저 한바탕 즐거운 사이버 액션 영화로만 보이진 않는다. 이 영화가 흥행몰이를 하는 까닭은 관객이 그만큼 공감하기 때문이다. <조작된 도시>는 지금의 한국 현실을 오버랩 시킨다. 목숨 걸고 탈북해 서울시 공무원으로 성실히 일하던 청년 유우성은 어느 날 갑자기 ‘간첩’ 누명을 쓰고 공무원직에서 쫓겨났다. 강희철씨도 간첩조작으로 13년간이나 억울한 옥살이를 한 뒤 2008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를 간첩이라고 ‘무기징역’을 언도한 그 판사는 현 대법원장인 양승태씨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터진 일명 ‘선관위 디도스 사건’에는 여당 수뇌부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짙다. 18대 대선 당시 국정원과 군사이버사령부는 선거 여론을 조작하고자 사이버 전투를 치르듯 조직적인 댓글 작업을 하였다. 이처럼 국가기관의 대대적인 선거개입 의혹 속에 박근혜씨는 대통령에 당선됐고 지금의 국정농단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렇다면 영화 <조작된 도시>가 묘사하는 가공 현실은 차라리 애교 수준이다. 지금 이 나라에서 연일 벌어지는 각종 ‘조작사건’은 훨씬 더 심각하다. <조작된 도시>가 그저 허구적인 영화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조작된 도시>의 한 장면 초보 해커 '털보형님'(여울/심은경)이 작업하는 장면

▲ <조작된 도시>의 한 장면초보 해커 ‘털보형님'(여울/심은경)이 작업하는 장면ⓒ 스틸컷

더 늦기 전에 주인공 권유처럼 이 무서운 판옵티콘에서 탈출해야 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그 엉킨 실타래를 면밀히 추적해 풀어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온 나라를 뒤흔들고 한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잔인한 ‘조작’은 계속될 것이다. 권유는 사이버 전쟁게임의 ‘대장’답게 게임 속에서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도시를 구한 영웅임을 입증한다. 그가 읊은 시처럼 ‘썩은 나무’가 아닌 ‘무럭무럭 자라는 싱싱한 나무’임을 보여준다. 이제는 ‘헬조선’에 실망해 사이버 망명객으로 사는 이 땅의 청년들 차례다.

24.2.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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